아침 8시 12분에 전화가 왔다. CS팀 최 매니저였다.
"지훈님, 기사님들 배차가 안 나갔대요."
"몇 분이요."
"…이백 명 좀 넘습니다."
나는 노트북을 열었다. 문정역 3번 출구 계단이었고, 사람들이 내 옆으로 흘러갔다.
새벽 4시에 도는 배치가 있다. 전날 들어온 화물을 기사 배차와 맞물려 확정하고, 확정된 건을 기사 앱으로 밀어 넣는다. 이게 안 돌면 아침에 기사들 앱이 비어 있다. 기사는 차를 세워두고 전화를 건다. 최 매니저 같은 사람들이 그 전화를 받는다.
로그 맨 아래에 익숙한 게 있었다. 배차 결과를 정산 쪽으로 넘기는 자리에서 죽어 있었다. 3년 전에 내가 짠 코드였다. 그 뒤로 건드린 적이 없다.
누가 언제 건드렸는지는 금방 나온다.
어제 저녁 6시 47분. 정만수.
리뷰도, 공유도 없었다. 바로 올렸다.
사무실에 들어가니 만수님은 이미 자리에 있었다. 늘 제일 먼저 온다. 그건 진짜다.
"만수님, 어제 배차 쪽 배포하셨어요?"
"네."
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. 이미 다른 걸 쓰고 있었다.
"새벽 배치가 죽었는데요. 기사 이백 명 배차가 안 나갔습니다."
"아 그래요?"
놀라는 목소리가 아니었다. 날씨 얘기를 들은 사람 같았다.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.
"정산 쪽에서 아직 옛날 방식으로 보고 있나 보네요. 확정 시각이랑 정산 시각을 한 칸에 같이 쓰고 있었잖아요. 그거 원래 잘못 짜여 있던 거예요."
맞는 말이었다.
3년 전에 급해서 그렇게 짰다. 그때는 확정하고 바로 정산이 붙었으니까 문제가 없었고, 문제가 없으니까 안 고쳤다. 그 사이 정산 로직이 두 번 바뀌었고, 이제는 확정과 정산 사이가 하루까지 벌어진다.
그러니까 만수님 말이 맞다. 원래 잘못돼 있었다.
"그건 맞는데요." 내가 말했다. "공유를 좀 해주셨으면…"
만수님이 그제야 나를 봤다.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.
"더 나은 구조로 바꿨으니까, 거기 맞춰서 고치시면 됩니다."
그리고 다시 모니터를 봤다.
대화가 끝났다. 나는 그 자리에 3초쯤 더 서 있었다. 무슨 말을 더 해야 하는지 몰라서였다. 화를 내야 하는데 화를 낼 자리가 없었다. 틀린 말을 한 게 아니니까.
고치는 데 40분 걸렸다.
두 시각을 갈라놓고, 정산 쪽이 새 자리를 보게 하고, 실패한 이백열네 건을 다시 밀어 넣었다. 배포하고 배치를 손으로 돌렸다. 10시 3분에 기사 앱들이 채워졌다.
최 매니저한테 메시지를 보냈다.
나갔습니다. 죄송합니다.
내가 왜 죄송하다고 썼는지는 나도 모르겠다.
점심 먹고 들어오는데 조PL님이 불렀다.
"아침 그거, 원인 뭐래?"
"…제가 처리했습니다."
"그래? 다행이네."
그러고 끝이었다. 더 안 물었다.
자리로 돌아와서, 안 물어봐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잠깐 봤다.
설명하려면 길다. 만수님이 공유 없이 올렸고, 그게 3년 된 부채를 건드렸고, 그 부채는 내가 만든 거고, 그래서 이건 누구 잘못인지 애매하다. 설명하는 데 20분이 든다. 20분 설명해봤자 조PL님은 "만수님한테 얘기해볼게"라고 할 거고, 다음 분기에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.
그럴 바에는 40분 만에 고치는 게 빠르다.
늘 그렇게 생각해왔다.
집에 와서 씻고, 노트북을 열었다.
몇 달 전에 만들어둔 개인 저장소가 하나 있다. 이름은 notes. 안에는 메모 몇 장이랑 별 쓸모없는 스크립트가 들어 있다. 남이 봐도 아무것도 아니다.
빈 파일을 하나 건드리고, 커밋 메시지를 썼다.
001 fix: 배차-정산 시각 분리 — 공유 없이 배포. 새벽 배치 사망. 기사 214명. — 물어보니 "더 나은 구조로 바꿨으니 맞춰서 고치시면 됩니다" — 틀린 말은 아니었음 — 40분. 아무도 모름
한참 커서만 깜빡였다.
왜 맨 위에 번호를 붙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.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. 무엇에 필요할지는 그땐 몰랐다.
내일도 9시까지 가야 한다.
도감 #001 — 「더 나은 구조형」
서식지 최고참 자리. 그 모듈은 본인만 안다
특징 혼자 정하고 혼자 배포한다. 공지는 안 한다
틀린 말을 안 해서 화를 낼 자리가 없다
빈도 ★★★☆☆
대처법 없음